231029 아무튼, 달리기

러너이자 직장동료에게 추천 받아 읽게 된 책. 너무 재밌어서 금방 다 읽었다.

달리기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이쯤되면 취미로 달리는 사람들이 달리기에 대하여 느끼는 효용은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은 주로 육체가 아닌 정신에 대한 것이다.

달리는 이유라면 수십 가지도 댈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뾰족한 건 내 안의 자존감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아침 달리기가 활기 넘치는 바깥세상과의 만남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깊은 대화다.

헤밍웨이는 말했다. 진정한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라고.

아침에 달릴지, 저녁에 달릴지 고민하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밤에 고독히 달리면서 불안을 달래는 쪽을 선택했다.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로 인해 복잡해진 마음을 달래는 데 달리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다이어트 측면에서도 밤에 달리는 것이 좋지만,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밤에 더 달리고 싶어진다.

달리기 수필을 읽다보면 풀 마라톤을 뛰지 않는 사람이 없다. 성장의 욕구를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풀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예전에는 풀 마라톤을 뛰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2024년에는 하프 마라톤, 2025년에 풀 마라톤 이렇게 단계적으로 도전하려고 한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완주해내기보다는, 충분한 노력으로 성장해서 완주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231029 오인환이 말하는 마라토너 이봉주

마라토너 이봉주의 코치였던 오인환 감독이 한국 마라톤의 발전을 바라며 쓴 책이다. 그의 바램과 달리 이봉주 이후의 한국 마라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마라톤을 즐기는 보통의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으니 아쉬워하기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봉주 선수가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황영조 선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오랜기간 선수로 활동하면서 도쿄 국제 마라톤 대회 우승(대한민국 최고 기록),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얼마 전 우연히 본 2007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중계에서 해설자는 이봉주 선수의 나이가 38세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던 걸로 기억한다. 황영조 선수는 27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재능보다는 성실함으로 오랜기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 못친소에 나와 보여준 순박한 미소처럼 착하고 따뜻한 사람, 그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 나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봉주 선수라고 답할 것이다.

이봉주 선수는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데 평생에 걸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의 쾌유를 빈다.

231029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달리기 책만 골라 읽는 요즘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도발적인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달리기와 여행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중년의 남자가 달리기를 중심으로 쓴 여행기로 위트 있고 글솜씨도 좋으셔서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모든 여행 계획에 달리기를 넣는다.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나도 따라해보기로 했다. 국내 여행을 갈때마다 주변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해보려한다. 두 다리와 심장만 튼튼하면 달릴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괜찮아, 좌절하고 방황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20대 초반에 읽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은 책들을 마흔에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는 요즘이다.

뒤늦게 깨달은 인생의 교훈들을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다. 지금은 아빠의 이야기가 들어볼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스티브 코비와 쌍벽을 이루는, 브라이언 트레이시를 만들어 낸 여행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배운 교훈들은 이미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것들이다. 그러나 밴쿠버에서 사하라 사막까지의 2만 7000km의 극적인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그 뻔한 교훈들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하나의 크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그 다음엔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어떠한 대가라도 지불하고, 어떠한 장애라도 극복하며, 어떠 한 어려움이라도 끝까지 견뎌낸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다.”

나는 그 운명적인 밤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부엌의 작은 식탁에 앉아 있었고, 바깥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가 성취했던 모든 것이 내 의지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인생을 완벽하게 책임지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았다.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현재의 상태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평생을 싸구려 임금의 노동자가 되어 돈에 쪼들리며 살게 될 것 같았다.

사하라 사막 종단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되었던 이유는 여행 이후 내가 하지 못할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올해 회사에서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상당히 도전적이어서 진행하다보면 많은 어려움을 맞이하게 될텐데, 그때마다 이 책에서 옮겨 적은 내용들을 되새기며 이겨나갈 생각이다.

직장인의 한달 휴가 두 번째 이야기

도서관에 예약한 책 찾으러 갔다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복직한지 1년도 안 되었는데 쉬고 싶었나보다. ‘한달 휴가’라는 단어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엔자임헬스라는 회사에서 3년 주기 안식월 휴가를 다녀온 직원 8명이 함께 썼다. 안식월 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이 지나서, 60명 남짓의 작은 회사에서 안식월을 2회 이상 경험한 직원이 8명, 3회 이상은 6명이나 된다고 한다.

안식월 휴가 테마를 몇 단어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나중에 비슷한 기회가 생겼을 때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제주도 하숙생활
  • 스위스 배낭여행
  • 아시아 3개국 테마여행 (보라카이, 베트남, 오사카)
  • Book Stay, Forest Stay, Temple Stay
  • 유럽 빵 투어
  • 남편과 하와이 캠핑, 엄마와 제주도 여행
  • 한 달간의 다이어트 프로젝트
  • 가족과 런던 1년 유학 (안식년, 엔자임헬스 김동석 대표)

저마다 다르게 시간을 값지게 보내는 것을 보면서, 긴 호흡의 휴가는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과 짧은 휴가에서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 원하는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여유를 찾기 어렵다.

‘Book Stay, Forest Stay, Temple Stay’ 컨셉이 가장 맘에 들었다. 실제로 2017년 안식휴가 때도 내소사에 3박 4일로 템플 스테이를 다녀왔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나에게 며칠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내소사 머물며 책 읽고, 산책하고, 명상하고 싶다.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고 싶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싶다.

마지막 김동석 대표의 사례를 제외하곤, 안식월 휴가 이야기에서 자녀가 등장하진 않는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긴 휴가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자녀를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자녀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되겠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아쉬움 마음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내년에 2주의 안식휴가를 쓸 수 있지만, 5세 자녀를 키우고 있을 아빠로서,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거나 하는 호사를 누릴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이의 어린시절은 빠르게 지나가기에 나, 아내, 아이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우리 세 가족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그림을 오늘도 머리속에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