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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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두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조지아 주 애틀랜타 인근에 있는 언어연구소에서 원숭이 칸지는 상징 기호를 이용한 의사소통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칸지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 한 때 잘 나가던 영국 TV 프로듀서 존 로이드는 극심한 슬럼프, 우울증에 빠집니다. 그는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해놓은 방향없이 지적 호기심이 시키는대로 책을 선택하여 읽기 시작했고,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의 본질인지 알고 싶다는 지적 욕구가 그를 이끌었고,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QI라는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큰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저자는 “호기심”을 “식욕, 성욕, 주거욕”에 이은 네 번째 호기심으로 정의하고, 현대사회는 호기심 충만한 인재를 원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서구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호기심을 억제하기 보다는 장려한 덕분에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진 점을 꼽고 있습니다.

어딜가나 창의성, 혁신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호기심이 많고 지적 탐구를 즐기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도 높아 보입니다. 호기심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사회현상이 반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다행히도 저자는 호기심을 “특질”이 아닌 “상태”라고 이야기 합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 호기심이 충만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문에서 호기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면, 이후에는 호기심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호기심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진보주의 교육자들은 어린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방식을 배제하고 그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호기심은 한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생겨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지식을 배우는 교육도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어린시절 받았던 주입식 교육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지식을 익히는 것에 만족하고 지적 탐구심을 발휘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을때 궁금증이 생겨도 그냥 모르고 지나칠 주제에 대해서 그 자리에서 즉시 찾아 보거나 아니면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Evernote의 Question 노트북에 기록해 둡니다. 부지런히 지식을 쌓는 한편으로, 그 과정에서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흥미를 가지고 깊이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화두로 저자는 인터넷을 위시한 디지털 기술과 호기심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인터넷은 다양성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너무나 훌륭한 공간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주제, 다양한 형식의 컨텐츠 사이를 쉼 없이 옮겨 다닙니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하나의 주제를 깊이 사고하는 능력은 잃어가고 있습니다. 길고 어려운 글을 끈기있게 읽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은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언제나 어디서나 열람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는데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손바닥 안에서 원하는 지식을 찾아볼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지식을 익힐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지는 환경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호기심을 발현하고 지적 탐구심을 발휘하기에 너무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것, 모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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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6박 7일 제주도 여행 중 평대리에 위치한 마 메종에 묵으면서 숙소에 비치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도 가끔 전원 생활을 꿈 꾸는 여느 직장인처럼,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 ‘제주도에 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해보고 싶었고, 마치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듯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지나칠 수가 없어 읽던 책을 잠깐 미뤄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글쓴이는 도시에서 각박하고 힘든 직장생활에 지쳐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바라지만 아내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이혼까지 고민하게 될 정도로 힘든 시간을 거쳐, 2년만 살아보고 아니면 도시로 돌아오기로 약속한 부부는 제주도에서의 삶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녹녹치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온 순진한 사람들을 만만하게 생각한 공인중계사에게 무허가 주택을 소개받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거의 포기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찾아간 공인중계사에게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소개받게 됩니다.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낡은 농가주택을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인테리어 공사도 업체 선정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운영하지만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에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잘 받는 글쓴이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임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꿈꾸었던 제주도는 여전히 저자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도에서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버스로 몇 번 지나간 하도리에서 마리의 당근밭이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계신데 여행자들의 평가가 참 좋습니다. 예쁜 독채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하고 계셔서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 이용해 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책 읽고 글쓰는 것을 좋아해 작가를 꿈꾸는 글쓴이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틈틈히 글을 써 독립출판의 형식으로 제주의 작은 작업실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기성 출판사를 통해 이 책까지 내셨으니 이미 작가의 꿈을 이루어 가고 계신 듯 합니다.

막연히 제주도에서의 삶을 꿈 꾸고 계신 분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현실적인 문제부터 소소한 일상이 주는 생각, 그리고 감상까지 글쓴이의 진솔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 제주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으나 지금의 저와는 맞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고 덕분에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에 글쓴이의 삶에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