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라흐피협2번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의 인상이 워낙 강했는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이 곡을 좋아한 이후로 생긴 바램은 직접 공연장에서 연주를 듣고 싶다는 것. 기회가 금방 찾아올지 몰랐는데 올해는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라흐피협2번의 공연이 세번이나 열린다.

1월 22일 피아니스트 서혜경 & KBS 교향악단의 2008년 신년음악회 (피아노 서혜경)
2월 15일 성남시립교향악단 49회 정기연주회 (피아노 김재희)
5월 28일 랑랑&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랑랑)

서혜경님의 공연은 이미 예매해놓고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며, 2월 15일의 성남시향 공연은 당연히 가볼 생각이다. 요즘 DVD로 자주 만나고 있는 랑랑의 공연은 비싸서 약간 고민이 된다. 아직 티켓 오픈도 하지 않은 상태라 좀 더 고민해볼 생각.

2008년 시무식

오늘은 잠실 롯데호텔에서 2008년 시무식이 있었다. 덕분에 생활패턴이 각자 다른 사택 입사 동기들과 같은 시간에 함께 집을 나서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7시에 일어나 다들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7시 45분쯤 함께 사택을 나섰다. 사람들로 가득한 전철을 타고 잠실역으로 향하는 길, 우리가 함께 느낀 한가지는 10분 걸어서 출퇴근 하는 일상에 대한 고마움이였다.

롯데호텔에 도착해서 준비된 다과를 음미한 후,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대우증권 파견 시절 내 인생의 첫번째 사수였던 이대리님을 찾아 해맸으나 15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이대리님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행사는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었다. 모래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모래를 쓸고 다듬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난 처음에 동영상인줄 알았다. 옆에 있던 건호형이 알려주어서 단상 위를 보았더니 어떤 남자분이 직접 모래로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있었다. 2008년의 해가 떠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우리회사의 주제가라고도 할 수 있는 인순이의 “거위의 꿈”에 맞춰  모래는 사람의 손에 의해 생명을 얻고 움직였다. 

대체로 10주년을 맞았던 작년의 시무식에 비해 성대하게 치뤄지진 않았지만, 1500명이 넘는 전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년의 단 하루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수 많은 사람들을 한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움직이게 하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기에 역시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경이롭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결국 시무식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도 이대리님을 찾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조만간 전화 한번 드려야겠다.

2008년을 맞이하며

몇년전만해도 해가 넘어가는 순간을 카운트다운하며 기념했었는데, 요즘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 순간을 지나쳐 버리곤 한다.  2007년을 보내고 2008년을 맞이하는 순간에 나는 사이버강좌의 토론과 과제를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못했던 mp3 파일의 태그를 정리하며 임동혁이 연주한 쇼팽 발라드 1번을 듣고 있었다.

특별히 그 순간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은 까닭은 지금의 삶이 나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그 연속성을 깨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 했다는 것을 핑계로 매일 해야 할 다짐들을 글로 정리해 보려 한다. 삶의 조건에 대한 만족과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별개의 문제니까.

2008년에는 평범한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물신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 물들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아야겠고 옳은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삶이 바람직한 삶인지를 항상 고민하며 살겠다.

무엇보다도 올해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까지 내가 보이는 선의의 그 무엇은 그 것이 바람직한 가치라는 이성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