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김밥 파는 CEO> 김승호 회장의 여자, 유럽, 스시 버전.

실제로 켈리 최는 김승호 회장의 책을 읽고 연락해 멘토링을 받았다.

그녀는 미국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신선한 재료로 김밥 만드는 쇼를 보여주고 도시락을 파는 사업 모델을 유럽에 가져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한 사업모델을 모방한다고 누구나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은 기본이니 논외로 하고, 켈리 최의 성공 비결로 나는 세 가지를 뽑고 싶다.

  1. 어머니의 사랑
  2.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행력
  3. 책과 사람으로부터 배운 경영자적 역량

친구와 함께 한 첫 번째 사업 실패로 10억의 빚을 지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그녀를 구한 것은 어머니였다. 어린시절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기억은 그녀를 일으켰다. 어머니가 늘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는 운동부터 시작했다.

경영에 대해서 내가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다수의 리더십 관련 책, 경영자의 책을 읽어본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켈리 최는 이 시대에 맞는 훌륭한 경영자의 마인드, 역량,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사람을 중시하는 그녀의 경영 철학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첫 번째 사업이 실패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그녀는 경영자로서는 낙제점이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첫 번째 사업에서 그녀는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실행력을 맹신했다. 책을 읽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두 번째 사업을 준비할 때는 달랐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요식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의지를 다지고 노하우를 배웠으며, 사업, 경영, 리더십 관련 책을 통해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기를 다졌다. 그리고 김승호 회장, 전 멕도날드 전 유럽 회장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는 등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첫 번째 사업에 실패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40세였고, 요식업으로 성공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년에 나도 40세가 된다. 백지에서 시작해야 했던 그녀의 40세 보다는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 인간이 가진 잠재력은 무한하다. 활용하지 못할 뿐. 마음껏 꿈꾸고 행동하자.

페이스북 계정 삭제 후 한 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후 한 달이 지났다.

페이스북은 계정 삭제를 요청하면 한 달 안에는 복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제는 그 길도 막힌 것이다.

계정 삭제 후 아쉬움을 느낀적은 없다.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 하나를 줄인 것에 만족한다.

초기에는 무엇이든 좋은 것을 보고 느끼는 순간 SNS에 공유할 생각부터 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느낌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과 공간이 연속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주변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SNS는 이러한 욕망을 어느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준다. 그러나 반응이 기대에 미치치 못하면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피드가 제공되는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린다는 것이 한편으론 내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투자에 대한 나의 지나친 관심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쓰는 것으로 SNS를 대신하고 있다. 블로그는 나의 생각과 경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조금은 더 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돈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아빠가 요리할 시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계속 놀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는 요리를 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잠깐 혼자 집중하는 사이에 틈틈히 진도를 뽑아보지만,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날이 많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30개월을 채운 아이는 이제 아빠에게 요리할 시간을 주고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아빠한테 요리할 시간을 줬지?”

고맙다고 하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기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 서은이 다 컸네.”

스스로도 이런 패턴의 말을 잘 한다.

“서은이가 더 커서 이제 …를 할 수 있어.”

육아의 시기마다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힘듦보다 재미가 더 커져간다.

실존인물

아이의 외모와 행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실존인물입니까?”

아내는 아이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멋진 존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우주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

그것을 알고 난 뒤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 다름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 있을 때 잘하자.

연착륙을 위한 회사방문

복직을 26일 앞둔 빼빼로데이에 팀장님의 초대로 회사에 다녀왔다.

몇몇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졌고, 파트 주간회의에서 업무 내용을 공유 받은 후 점심회식을 함께 했다. 팀장님과 개인면담 시간에 팀 돌아가는 사정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사무실 분위기도 업무 내용도.

혼자서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방구석에서 절실히 깨달았기에, 빨리 복귀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 어떤 어려움과 스트레스도 전보다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린이집 하원을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우울했다. 회사를 다닐 때 공기처럼 함께했던 스트레스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낯선 심장박동이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의 그 것.

중간 관리자로서 여러사람 앞에 선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그들 눈에 나는 어떻게 비칠까, 내가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을까, 너무 내 말만 많이 한 게 아닐까, 내가 과연 그들의 커리어를 이끌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등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을 읽고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한다. 그들이 가진 걱정과 불안의 일부가 내 것이 된다. 심장이 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는 마음을 다져본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는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이다. 낯선 심장박동과 함께 살아도 좋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