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서 평소에 돈을 쓸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쓴 돈을 모아보면 결코 적지 않은 것은 주기적으로 지름신이 강림하시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대학생일 때 과외를 해서 쏠쏠히 벌었던 돈이 다 어디로 갔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컴퓨터를 비롯해 온갖 전자기기를 사는데 쏟아부었던 것 같다.

이번달은 랩비지급도 추석이후로 늦춰지고, 쌍춘년의 여파로 적잖은 축의금과 그 밖에 졸업앨범비와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며 CMA계좌 잔고가 2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름신이 강림하시려고 한다. 요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은 바로 이녀석!

아이팟 나노 2세대

오늘 쥬크온에서 MP3 한곡에 10원 상품권을 구입했고, 이미 CD로 주문해놓은 이승철 8집을 다운받았다. 320 kbps로 다운받을 수 있어서 역시 음질이 좋았고, 이승철 8집의 노래는 더욱 좋았다. 실제 CD는 다음주에나 도착할 것이기에 구입한 mp3를 쥬크온 플레이어에서 음악 CD로 구워서 듣게 되었는데, 컴퓨터로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똑같은 헤드폰을 쓰고 듣고 있는데도 풍부한 음량과 타격감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 어차피 320 kbps 정도의 샘플링 레이트라면 사람이 듣기에 음질의 손상은 없을테고 기기가 들려주는 음색의 차이가 아닐까? 따라서 나의 CDP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으로 지름신을 외면해보아야겠다.

 

그녀들의 쪽지

무미건조한 늘 반복되는 대학원생활을 영위하다보면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한마디로 사람이 그리워질때가 많다. 그럴때면 나를 찾는 누군가의 흔적을 확인하고 싶어서, 습관적으로 이메일이나 미니홈피의 방명록을 뒤져보거나 혹은 쪽지가 왔는지 확인하게 되는데 …

얼마전부터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그녀들의 쪽지가 종종 도착하곤 한다.

하이염~
이렇게 쪽지 날리기 까지 망설이다가 쪽지날리는건데염…
님 느낌이 너무 좋은데 저랑 채팅으로 애기좀 할래염?^^
혹시 애인이 있으시거나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저는 님이랑 친구라도 되구 싶은데 어떠세염?^^
제가 원래 싸이를 하는데 2년 만남 사람과 헤어지구
이제 안할려구 하거든요…그래서 제가 가는 싸이트가 있는데..
http://www.nadocam.co.kr <–여기로오셔서…가입하시고..
로그인아래 화상채팅누르시고..
메신저 다운받으셔서 메신저 로그인 하시고 들어오시면 되욤.~!
닉네임은 깜찍한여우예여…^^;;
프로필에사진두있으니깐 보시구 쪽지주세여..
장난아니거든염… 장난 사절이에염^^

그녀들의 이름은 묘하게도 항상 촌스럽다.
김두옥, 권영자, 황효순, …
나는 재미로 다음과 같은 답을 하곤 하는데 읽힌적은 없다.

이름이 촌스러워서 싫어요.

참을 수 없는 버그의 단순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동시설계에서 이 둘 사이의 인터페이스(디바이스 드라이버, and so on)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우리 연구실에서 채택한 Heterogeneous Modeling 방법에서 이는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졸업하신 춘호형이 개발한 Hinge를 현재 우리의 개발환경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중에 하나였고, 그에 앞서 꼭 기존의 Hinge가 만들어낸 인터페이스가 동작해야만 했다. 졸업을 해야하니까! 문제는 쉽게 동작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하드웨어를 포함한 실험이라 무엇이 문제인지 좀처럼 찾아낼 수 가 없다는 것.

매일 이 것에 매달린 것은 아니지만 2,3주 동안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가며 문제가 될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생전 나와 관련이 없어보였던 Verilog HDL도 공부했다. 결국 문제는 그동안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블랙박스로 여겼던 디바이스 드라이버에 있었다!

버그는 단지 little-endian 으로 인한 것이였다. 16비트 1을 쓰게 되면 이 때 1이 위치한 비트가 내가 생각한 위치와 달랐던 것이 문제였다! 덕분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걸쳐서 각종 다양한 지식을 섬렵할 수 있었으나 지나간 세월은 …

자랑스럽게 빛나는 LED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가는 신호가 인가되었을 때, LED를 켜지게 만들었는데 너무나 당당하게 불을 내뿜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고안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원하는 바 그대로 동작되었을 때 느끼는 쾌감! 개발자들은 이 맛에 힘든 개발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람보, 아놀드

마람보, 아놀드 (MALAMBO, Anold)

새로운 내 가족의 이름이다. 김혜자님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를 읽고 해외후원을 결심했고, 한비야님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해외후원한 사실이 너무나 뿌듯했다. 후원을 시작한지 4,5달이 지났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원 아동 카드가 도착했다.

좋은 일은 남이 모르게 조용히 하는 것이 미덕이겠지만은 나는 내가 후원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어렵게 사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후원을 권유했고 실제로 후원하는 분들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후원하는 아동은 잠비아에 사는 7살짜리 남자아이다. 사진에 그 아이는 너무나 슬퍼보여서 가슴이 아팠다. 아동에 대한 안내의 글을 읽어보니,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친척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부모님이 계시는 친구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아이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아이가 커서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가족이 되어줄 것 이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조만간 여유가 생기면 편지와 함께  축구공을 선물로 보내주고 싶다.

내가 한달에 쓰는 돈중에 가장 훌륭하게 쓰이는 돈 2만원.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기쁨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혜자님과 한비야님의 책을 읽고 실천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두가 느껴볼 수 있기를 …  

이영표선수의 파워인터뷰

천둥번개가 치던 집에서 보내는 어수선한 밤 늦은 시간에 우연히 이영표 선수가 출연한 “파워인터뷰”를 시청하게 되었다. 초롱이라는 별명 답게 굉장히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것 같았다. 특히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서 논할 때, 그가 가지고 있는 확고한 신념을 시청자와 그 자리에 앉아 있던 패널이 감탄하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도록 매료시켰다.

이영표 선수에게 쏟아진 질문과 답중에서 단연 이 것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매우 많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한 이영표 선수는 대학생 시절의 기억을 꺼내놓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부터 연습벌레였던 이영표 선수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동료들이 운동을 안하고 쉬는 겨울에도 혼자 운동장에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동료들이 쉬고 있을 때 노력해도 그들과 실력이 비슷하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눈물이 낫다고 했다. 평소에 흘려보지 못한 … 그때 이영표 선수는 ‘피눈물이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축구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재능있는 선수가 잘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지 않은가? 쉼없이 노력하는 성실한 자세 결국 그 것이 재능을 앞설 수 있다는 것을 그가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