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방탄소년단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아이돌 그룹이 존재하고,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노래 하나는 꽤 괜찮다.’

이정도가 내가 한 달 전까지 BTS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Dynamite>를 계기로 BTS의 노래를 더 많이 접하게 되었고, 지금은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BTS의 매력을 알고 그들의 노래를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내와 딸은 BTS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제 31개월 된 딸은 전 멤버의 이름을 외우고 정국이를 가장 좋아한다. 최근엔 누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목소리로 구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투자 목적으로 빅히트 공모주 청약하여 2주를 받았는데, 아내가 BTS의 팬이 아니었다면 상장일에 팔아서 더 큰 수익을 남겼을 것이다. 현재 수익률은 38%인데, 향후 수익률과 상관없이 팬심으로 계속 보유할 것 같다.

BTS를 보다가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면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안무가 그렇다. BTS의 안무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안무가의 창의성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BTS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멤버들에게 있다고 본다.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조합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RM의 리더십도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우리집의 최애곡은 <DNA>. 오늘도 10번 이상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딸 아이는 신나는 춤사위를 보여주겠지.

육아휴직 중에 하는 생각들

복직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미루고 미루어왔던, 육아휴직 중에 했던 생각들을 글로 남겨본다. 휴직 전에는 개인의 삶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휴직 중에는 그래도 하루에 3시간 정도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었고, 덕분에 자연인(a.k.a. 백수)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아이는 정말 매력적인 존재다. 그런 매력적인 존재가 커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는 것, 노력 여하에 따라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 큰 축복이다.

내 아이라서 매력적인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을 곁에서 관찰하고 경험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고유의 매력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내가 알고 지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해준 시간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늘 아이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려고 노력한다. 세상과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마다 아이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부모만큼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1시간 정도는 누구나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있지만,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일관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존재는 부모밖에 없다.

나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랠 때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부족한 공감 능력을 끌어오게 되는 것이다. 여러번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 기분을 배려하는 데 미숙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육아는 가르침을 준다.

지금까지 내 삶의 원동력은 의무감이었다.

육아휴직 덕분에 처음으로 학업이나 일을 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1년 동안 여러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은,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스스로 전개해 나갈 능력이 나에겐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충격적이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곧 마흔인데 아직까지도 자신만의 루틴이 없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1년 내내 의무감 없이도 내 삶을 100% 꽉 채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타인의 기대는 의무감을 낳는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삶 보다는, 100% 개인으로서 원하는 삶을 만족스럽게 꾸려나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의지력은 형편없다.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었던 학창시절, 몸무게가 0.1톤이 넘어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시절처럼, 절실한 상황에서는 의지력이 꽤 강한편인데, 배부르고 등 따신 요즘에는 좀처럼 의지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삶은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갈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문제는 이런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최근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으며 의지력이 부족해서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요령을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성취와 성장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이 맡겨진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취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방구석 1열 백수의 삶에선 누군가가 나에게 퀘스트를 던져주지 않는다.

그냥 좋아하는 것 하면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영화 한 편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었다.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함께 했지만, 의지력은 따라주지 않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나갈 루틴도 없어서 방황했다.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주제만이 나를 움질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투자의 세계에 빠졌다. 자유시간의 80% 이상을 투자에 투자했다. 상당한 시간을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전략을 고민하고, 투자를 실행하고, 투자 블로그(lazy-investor.tistory.com)에 글을 쓰는데 사용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투자성과는 몇 년 뒤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 단위의 돈을 투자하면서도 발 뻗고 잘 수 있을만큼 단단한 투자철학과 더 이상 손 볼 곳 없는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당장 의미있는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충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성취에 대한 목마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계좌 잔고, 블로그 에드센스 수익을 확인하는 한심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좋은 환경과 업무 기회를 제공해주는 회사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자연인으로 1년을 살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의지면에서나 능력면에서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직 후에는 더 어렵고 힘든 퀘스트에 스스로 뛰어들게 될 것 같다. 그것이 스스로 성취와 성장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모르는 내가, 성취와 성장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꽤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육아휴직에 미친 영향

오래전부터 꿈꿨던 육아휴직의 모습 중 하나는 매일 도서관에서 가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는데, 코로나는 많은 것을 상상하던 것과 다르게 만들었다.

어린이집 입학이 늦어졌고, 도서관은 꽤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 선생님, 아내 직장 동료의 코로나 검사가 있을 때마다 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러야 했다.

복직을 2주 남긴 어제 결정적인 한방이 터졌다. 주말에 확진자와 같은 방에서 알고리즘 시험을 치룬 아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 전날까지 함께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덕분에 남은 2주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늘은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 첫 날. 아침, 점심을 해먹을 재료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김밥을 사다 먹었다. 어제 엄마를 만나지 못한 아이는 평소보다 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서, 아내는 아이와 함께 일을 해야만 했다.

12월 6일까지 우리 셋은 한 집에서 24시간을 함께 할 예정이다. 아내는 일을 하고 나는 육아, 청소, 요리를 담당해야 한다.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그렇게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사이 약 2~3시간의 자유시간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좋은점은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꽤 긴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복직일인 12월 7일부터는 셋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질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 중 기대했던 나의 자유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줄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던만큼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았기에, 지금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아이와의 깊은 애착을 형성한다는 육아휴직의 첫 번째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가 요리할 시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계속 놀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는 요리를 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잠깐 혼자 집중하는 사이에 틈틈히 진도를 뽑아보지만,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날이 많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30개월을 채운 아이는 이제 아빠에게 요리할 시간을 주고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아빠한테 요리할 시간을 줬지?”

고맙다고 하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기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 서은이 다 컸네.”

스스로도 이런 패턴의 말을 잘 한다.

“서은이가 더 커서 이제 …를 할 수 있어.”

육아의 시기마다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힘듦보다 재미가 더 커져간다.

실존인물

아이의 외모와 행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실존인물입니까?”

아내는 아이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멋진 존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우주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

그것을 알고 난 뒤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 다름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