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데이

우리집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마늘보쌈을 먹는다.

가족 모두 좋아해서 늘 만족스러운 메뉴.

무엇보다 돼지고기와 채소를 아이에게 먹일 수 있어서 좋다.

소고기, 닭고기는 부드러워서 아이가 잘 먹는데, 돼지고기는 질겨서 먹기 힘들어 했다. 그런데 압력솥에 삶은 수육용 삼겹살은 부드러워서 아이도 잘 먹는다.

아이가 30개월 정도 되니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점점 늘어나서 좋다.

아이밥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어른밥 차리고 먹고 치우고 하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서서 안아줘

아이를 자주 안아주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안아주면 손타서 힘들다며 장모님은 걱정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기에 30개월이 된 지금도 아이를 자주 안아준다.

아이는 마음이 불안할 때 “서서 안아줘”라고 말한다. 이제는 13kg 정도 무게가 나가다보니 특히 아내에겐 더 힘이 들어서 안기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다른 데로 돌려보려고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안아주게 된다.

울면서 보채는 아이를 대할 땐 늘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보려고 노력한다. 불안, 슬픔, 걱정이 불현듯 다가올 때마다, 세상은 따뜻한 곳이어서 안심하고 살아가도 된 다는 것을, 서서 안아주며 체온을 나눔으로써 알려주려 한다.

평일 아침 풍경

요즘 아이는 아내와 같이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잔다. 아내가 출근을 준비하러 이불을 떠나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혼자라고 느끼는 일이 없도록.

아이 옆에 누워서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그 순간의 평온함이 나는 좋다. 매일 아침 누리는 이 호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이제 복직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아이는 평일 아침에 아빠를 볼 수 없다. 퇴근 후 아이를 더 빨리 만나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슬프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그래도 육아휴직 덕분에 1년 동안은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육아휴직 시즌 3

6월 첫째 주에 월화수목금 등원에 성공하면서 육아휴직 시즌 3로 접어들었지만, 그 뒤로도 여러가지 원인으로 어린이집을 꾸준히 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코로나의 영향이 상당이 컸다. 아이 엄마의 회사 동료가 문제가 되거나, 어린이집 선생님이 문제가 되거나, 전국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거나 …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떡을 먹다가 잘 안 씹고 삼켜서 선생님한테 주의를 받은 일이 있었고, 그 후로 어린이집에서 밥을 안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놀지도 않고 구석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고 들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며 우는 아이를 더이상 그대로 볼 수 없어서 한동안 집에서 돌보면서 대안을 생각했다.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면 괜찮을까, 놀이학교를 보내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가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과 이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다행히도 여름휴가를 포함한 긴 방학 끝에 다시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이는 조금씩 다시 적응해 가기 시작했고, 가을이 된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온다.

어린이집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장기간 가정돌봄을 해야하는 시간이 올 때마다 올해 육아휴직 중이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문제는 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시간이 불규칙하여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무언가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유인으로서 순도 100%의 자유의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갈만한 루틴과 의지력이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가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꾸준히 자유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복직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

‘평생을 책임감이나 타인의 기대를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왔구나’하는 것이 1년 동안 회사를 쉬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안녕 낸니

아이는 말문이 트일 무렵 신기하게도 스스로를 ‘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서은’인데 ‘ㅅ’을 발음하기 어려워서 스스로 만든 이름인지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낸니’라는 별명이 귀엽기도 하고 입에 착 붙어서 가족들도 진짜 이름 대신 ‘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엔 자신을 ‘낸니’가 아닌 ‘서은’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아이의 엄마도 나도 아이를 ‘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서글픈 기분을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늘 인식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특히 아이와 함께한 순간들은 더욱 더 소중히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