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영 귀국 피아노 독주회

얼마전에 싸이월드에 피사모라는 클럽에 가입했는데, 피아노를 전공하신 분의 선배가 귀국 리사이틀을 하니 초대한다는 글을 보고 어제 밤에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예술의 전당에는 처음가봤는데 정말 웅장했다. 공연이 있었던 리사이틀 홀은 영화에서 봤을 법한 다층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초대 받은 자리는 2층이라 연주하는 손모양을 볼 수 있었다.

차가 많이 막혀 늦게 도착한지라 쇼팽 발라드 4번을 듣지 못한 것이 지금도 한스럽다. 도착 한 이후의 연주된 곡들은 현대음악이라 난해해서 와닿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손의 움직임이 놀라웠다.

W. A. Mozart_Sonatensatz, KV.400 (372a)

F. Liszt_Vallee d’Obermann

F. Chopin_Ballade f-moll, Op.52

O. Messiaen_Le baiser de l’Enfant-Jesus

S. Prokofieff_Sonata No.6 Op.82

개인적으로는 공연 뒤에 이어진 앵콜곡이 너무나 감미로워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그렇게 감동을 받아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였다. 찬송가를 경희대 음대 교수님이 리스트스럽게 편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다시 들어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인상적이였다.

Etude

지난 화요일 피아노 레슨은 완전히 암울했다. 지난주 선생님이 지적해주신 부분을 염두해서 세심하게 연습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대충대충 연습하다 보니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한주 동안 전혀 발전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무렇게나 건반을 누르다가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타건 방법을 바꾸었더니 마치 풍맞은 사람처럼 빠르게 치려고 하면 손이 마음대로 안움직인다. 어렸을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으며, 어렸을때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 한편으로 과연 노력하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마주하며 불안함에 떨고 있다. 그러나 몇 년은 꾹 참고 나아갈 생각이기에 그리 조급하지는 않다.

최근의 성의없는 연습을 반성하며, 레슨 이후에는 항상 마에스트로(?)가 일러준 것을 상기하며 재미위주가 아니라 실력향상을 위주로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잘 움직이지 않는 4번 손가락에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 스타카토를 열심히 연습하던 중 현택이형이 잠깐 들르셨다.

잠깐의 담소를 나눈 후, 현택형은 연습을 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고, 곧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체르니 30번을 치던 나는 치던 것을 멈추고 넋을 잃은체 그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 곡은 바로 쇼팽 에튀드 Op. 10, No. 1 이였는데, 최근에 많이 듣는 곡이다. Etude는 연습곡을 의미하는데 쇼팽의 에튀드는 연습곡이면서도 굉장히 아름답다.

지금은 그저 부러울 따름.

휴가 그리고 그 후

올해 2월 입사 후 한번의 휴가도 없이 달려왔더니 지쳤는지 최근 한달 동안은 만성 피로 증세를 보이길래,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딱 100일이였을 어제 하루의 휴가를 얻어 집에 다녀왔다. 휴가 덕분에 토요일 아침 분당을 떠나 어제 밤 분당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 3일을 집에서 푹 쉴 수 있었다.

집에서 내가 한 일은 먹기, 자기, 영화보기, 스타크래프트 게임하기의 반복이였던 것 같다. 집에서 본 영화에 대하여 간략히 평하자면,

피아니스트의 전설
영화의 절반을 창원 가는 버스 안의 열악한 환경(클릭스의 작은 화면과 고속도로를 달리는 소음)에서 감상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대단한 영화였다. 특히나 재즈를 창시했다고 주장하는 거시기와의 피아노 배틀은 정말로 최고였다. 생각난 김에 글 다쓰고 피아노 배틀 장면만 다시 봐야겠다.

리턴
별 기대 안하고 본 한국영화였는데, 정말 괜찮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면서 시작한 영화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극중 캐릭터는 달랐지만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시길.

레지던트 이블 1, 2, 3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제격. 좀비 나오는 영화는 이제 조금 식상하다.

캐리비안 해적 – 세상 끝에서
다  못보고 돌아왔다. 아하하.

스타크래프트도 꽤 많이 했는데 승패는 반반 인 듯. 최근에 저그로 주종족을 바꿔서 하고 있는데, 워낙 잘 못하기 때문에 배틀넷 West 서버에서 외국애들하고 같이 하니까 그나마 좀 할만했다.

잘 챙겨주신 부모님 덕분에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온 나의 걱정은 오늘 있을 피아노 레슨! 지난 금요일 학원 콘서트로 인해 연습을 할 수 없었고 주말 내내 연습을 하지 못해서 벼락치기를 해야 했다. 사택에 가서 옷과 책상을 정리하고 2시간 정도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너무 빨리 치려고 해서 그런지 손은 점점 꼬여만 갔다.

결국 오늘 레슨에서는 이래저래 실수를 연발하고, 실력이 뒷걸음질 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뭘 모르고 처음 배울때는 생각보다 쉽게 예전만큼 칠 수 있었는데, 잘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모르겠고 잘 안되는 것은 볼링을 배울 때의 경험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지금이 딱 어렸을 때, 도저히 실력이 늘지 않아서 그만 두었던 그때 그만큼에 도달했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건반을 수백번, 수천번 누르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없다는 것도. 피아노는 인생에 얻고 싶은 간절한 무엇이 있다면 쉽게 얻으려고 하지말고 긴 시간을 인내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휴가 이후 나는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퇴근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업무시간에 업무에 집중하고 자기 개발 및 취미 생활은 7시 이후에 집중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꾸려 나갈 생각이다. 컴퓨터가 필요한 공부는 9시까지 회사에서 하고, 9시 즈음에 퇴근하여 집에서 책읽다 지루하면 피아노 치고, 피아노 치다 지루하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면 좋을 것 같다.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책을 도통 읽지 않는다. 대학원때는 점심먹고, 저녁먹고, 자기전에 총 1시간에서 2시간 가량 책을 읽었는데, 요즘에는 점심먹고 피아노 연습, 저녁먹고 사회생활(스타XXXX)을 하고, 비효율적인 일과 운영으로 밤 늦게 퇴근 하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작년에는 80여권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는 50권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늘부터는 일찍 퇴근해 스탠드를 켜고 한시간은 꼭 책을 읽어 미래를 대비하고, 한시간은 피아노를 연습하며 일과 여가가 균형잡힌 삶을 도모하자.

p.s.
벌써 10시가 넘었구나. 퇴근하자. @.@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예매완료!

우연히 피아니스트 백건우님의 공연이 12월 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공연으로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는 계속된다.

어차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늦어 버려서, 가장 저렴한 A석(2만원)으로 예매했다. 역시 이번에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상운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3층에서 얼마나 잘 보일까만은 음악은 잘 들리겠지.

12월 11일 화요일 오후 8시 공연을 예매했는데, 이 날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소나타 11 Bb 장조, Op. 22
소나타 18  Eb 장조
, Op. 31-3
소나타 12  Ab 장조
, Op. 26
소나타 14 c# 단조, Op. 27-2  “Moonlight( 월광
)” 

한달 동안 베토벤 소나타를 열심히 들어야겠다. 연주는 3년쯤 후에…
 
다음 이어지는 글은 음악인생에 대한 백건우님의 성찰이다. 인생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의 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

음악이라는 작업을 일생동안 해오고 있지만, 그것은 정복할 수 없는 산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올라도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이지요. 즉,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와 있다는 것을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인생의 어느 지점이 라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지요. 피아노는 20년 넘게 쳐왔으니까 어느 정도 다룬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표현 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는 무한정한 것입니다. 지금 내 연습실에 많은 악보가 쌓여 있지만 아직 들춰 보지 않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결국 거짓없이 끝까지 성실하게 작업을 계속 하다가 이 세상을 마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현재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