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소 9월호 퀴즈 이벤트 당첨


나름 정성스럽게 써서 엽서를 보내면서 왠지 당첨 될 것만 같은 예감에 휩쌓였는데, 가뭄에 단비를 만나듯 도착한 마소 10월호에서 당첨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풀었던 퀴즈의 상품은 바로 위에 있는 “디비코 퓨전HDTV5 RT 실버”였다. 전산처리과정에 착오가 있었거나 원래 떨어졌는데 다른 상품에 붙여준 걸 지도 모르겠다. 상품은 연구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DVD-R 미디어이긴 하지만, 한가지 소득은 동측기숙사 우체통의 우편물들이 수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내가 엽서를 넣었을 때 분명 손이 거미줄에 걸렸기에 이 엽서가 도착할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퀴즈 당첨말고 언젠가 기사를 기고하는 날이 와야 할텐데 아직은 요원하다.

백전백패

나의 생활 패턴은 점차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CD로 음악을 듣고, TV를 보기 보다는 책을 읽고, 컴퓨터 보다는 손으로 글을 쓰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 이에 흐름을 같이하여 놀이문화(?)에도 변화를 시도하기로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바둑! 선택의 이유는 바둑이 여러가지로 도움이 많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산만한 나에게는 집중력의 측면에서!

즐길 줄 알려면 배워야 한다. 바둑의 룰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땅바닥에 앉아서 장기, 오목 둘 때 어렴풋이 배워두었다. 하지만 룰만 알고 바둑을 두면 ‘바둑돌따먹기’ 게임이 되기 쉽다는 것은 바둑을 처음 두어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시간나는대로 틈틈히 온라인 강좌를 보며 감을 잡고 있다. 돌을 움직이는 방법인 ‘행마’와 초반의 세력을 구축하는 ‘포석’, 생사를 가늠하는 ‘사활’ 등등. 어설프게 스스로 배워나가며 온라인에서 대국을 즐기고 있는데 아직 이긴적이 없다. 공부한 것들을 실전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으나 조금씩 바둑판을 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바둑의 기본을 닦을 수 있는 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전략이 존재하는 바둑이라는 게임이야 말로 제대로 즐기는 법만 터득한다면 그 어떤 컴퓨터 게임보다 재밌지 않을까?

건강검진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어제 받았다. 물론 건강검진을 받아야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긴 하지만, 내년에 기숙사에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 어제는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기도 했는데 워낙 프로필 사진과 그룹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기다리는 시간에 정장차림으로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대부분의 검사항목이야 이미 많이 받아봐서 별로 흥미가 없지만 모두들 체지방측정에는 관심이 많다.  체지방 측정과 스트레스 검사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이루어지고 검사결과를 프린트해서 주기 때문에 검사 후에 이를 살펴보고 주변사람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한창 달리기를 해서 살이 빠지고 있던 작년과  간간히 운동을 하는 올해의 결과는 조금(?) 달랐다. 외형적인 변화는 일단 신기하게도 키가 컸다! 177.6cm에서 178.1cm가 되었고 몸무게도 늘어서 75kg에서 78.6kg이 되었다. 체지방률은 17.9%에서 19.3%로 증가했으며 적정체중은 74.6kg이라고 한다. (작년 72.8kg)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벌크의 향상!

지방량을 4kg만 줄이면 바람직한 몸매! 요즘 운동을 꾸준히 안하고 양껏 먹었더니 살이 많이 쪘는데, 새벽에 학원갈 생각하면 밤에 뛰기가 부담스럽다. 쌀쌀한 날씨에 뛰는 기분도 그다지 반갑지 않고. 꾸준히 달리던 작년에는 감기와 소원하게 지냈었는데 최근에는 환절기를 맞아 감기를 달고 산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잔디구장

카이스트에 잔디구장이 생겼다! 지난 여름방학중 시작된 동측 원운동장 공사는 한동안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설마 잔디를 깔기야 하겠어?  그냥 우레탄 트렉을 만드는거겠지.’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부터 운동장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밤마다 커다란 조명탑에서 불 빛이 쏟아졌다. 카포전 직전(?)에 완성된 잔디구장은 매일 밤 12시까지 밝은 조명이 쏟아지고 있다.

졸업하기 전에 꼭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어서 룸메이트인 순일군의 연구실과의 경기를 추진하여 어제밤 게임이 이루어졌다.  각 팀당 몇명의 용병(DB랩, TC랩)을 포함한 PL랩 vs NC랩의 경기였다. 밤 9시에 운동장에 가보니 이미 십수명의 사람들이 경기를 하고 있었기에 1시간 넘게 기다려야했다. 그 동안 골대 뒷 쪽 공터(?)에서 미니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이 미니 게임이 더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NC랩도 모두 도착하고 10시 20분쯤에서야 비로소 게임이 시작되었다. 우리랩 사람들은 이미 미니 게임으로 지쳐있었고 NC랩은 전력이 고르고 탄탄하다고 생각했기에 우리가 이길꺼라는 예상은 할 수가 없었다. 쉽게 가능한 예상대로 전반전은 우리가 내내 밀렸다. 난 오른쪽 공격수였는데 공이 수비지역에서만 머물었기에 공을 몇 번 못잡았다. 워낙 수세에 몰리다 보니 공격할 기회가 와도 공격지역에 사람이 없어서 결정적으로 드리블을 못하는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한번의 힘없는 유효슈팅을 날린 것에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우리의 수비는 건철형을 필두로 상대방의 파상공세를 훌륭하게 막아주었기에 전반전은 득점없이 비길 수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어 용병인 DB랩의 경모형과 우리랩의 재호형이 공격으로 치고 올라 오면서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 상대편의 최종수비수가 재호형을 제끼려고 하는 것을 본 순간 생각하기를 만약에 수비수의 약간 오른쪽에 있는 재호형을 제끼기 위해 수비수가 왼쪽으로 치고 나올 때 공이 길다면 분명 나에게 찬스가 올 것 같았다.  내 예상은 적중했고 공이 나에게로 굴러와 본능적으로 슛을 날렸는데 거짓말 처럼 골키퍼의 키를 넘기고 들어가버렸다. 나의 어설픈 볼 처리 능력에 방심하던 상대편은 아마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나에게 킬러본능이???

그 순간부터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상대의 코너킥 이후 혼전상황에서 날라온 골이나 다름없는 슛팅을 골키퍼 창범이가 펀칭으로 걷어냈는데 이는 한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계속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경모형의 추가골로 2:0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잔디구장에서의 야간게임은 정말 즐거웠다. 졸업이 얼마남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다음주에는 리턴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