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피아노사랑 서울 정기 연주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주 들락날락하는 까페가 있다.

피아노 사랑 (PIANO LOVE)
http://cafe.naver.com/pianolove.cafe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끔 훔쳐본다. 주로 다른 사람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서 하루에 한번쯤은 방문한다.

주기적으로 정모(연주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내가 초보이다 보니 구경하러 가는 것 조차 망설였는데, 마침 오래전부터 피사를 자주 들렀던 상운이가 정모에 같이 가보자는 제안을 해주어서 용기 내어 정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연주회가 있는 영산 양재홀에 도착하여 출석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닉네임을 물어 보셔서 살짝 민망했다. (내 인터넷 아이디 혹은 닉네임은 “reshout” 아니면 “비운보컬”인데 피사에서는 “비운보컬”을 사용하고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무대에는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영롱한 조명을 받고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늦게 도착해서 피아노와 한참 먼 곳에 앉아야 했지만, 작은 공연장이라 연주하는 손까지 어렴풋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연주를 감상하는 내내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전공하는 분들이 많이 연주를 하셨는데, 저 것이 정령 인간의 연주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고 아름다웠다. 특히나 장엄하고 때로는 화려한 클래식을 연주할때면 ‘연주자는 저 곡을 연주하는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부러움이 앞섰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연주로는 짐머만님과 라벨로즈님의 연주가 최고였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고 현란하면서도 정확한 그들의 연주는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로렌님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언제나 내 곁에”는 정말 감미로웠다. 여자친구를 위해 작곡했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연주하는 동안에 그녀는 참 행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집안 사정때문에 피아노 전공을 포기해야 했던 퍄노사랑님의 연주 또한 대단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원래는 2차에도 참석하려 했는데, 참석자가 너무 적은데다 기존의 열성회원들만 남아 있는 분위기라, 괜히 어색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다음 정기 연주회에도 꼭 참석하고 싶고, 언젠가 나도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대단하지 않은 곡이라도 열심히 연습해서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면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뿐. 상운이도 나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은 하루였다.

프로그램

gosy77(임성윤)님
쇼팽 – Etude Op.10 No.1 / 2분 20초
스크리아빈 – Etude Op.8 No.12 / 3분

한약원샷(송강호)님
쇼팽 – Scherzo 0p.39 No.3 / 7분 30초

실버로아(김정인)님
스크리아빈 – Etude Op.42 No.5 / 2분 53초
리스트 – Tarantella / 7분 44초

로렌(지성국)님
로렌 – 언제나 네 곁에 / 4분
 
퍄노사랑(유진희)님
베토벤 – Seven Variations on “God save the King” in C major, WoO 78 / 8분 20초

라벨로즈 (이승빈)님
베토벤 – Piano Sonata No.23 F Minor Op.57 “열정” 3악장 / 5분

치토스(박현우)님
엔리오 모리꼬네 – piano solo / 2분
쇼팽 – Etude op.25 No.12 / 2분 40초

로시애루(오승희)님
바흐 – Musical Offering BWV.1079 l.Ricercare a 3 / 7분

짐머만(김홍기)님
쇼팽 – Sonata No.2 Op.35 1악장 / 5분
리스트 – Paganini Etude No.3 <La Campanella> / 5분
 
낮사람(진실로)님
김광진 – 편지 / 4분 10초
낮사람 – 토토로와의 산책 / 4분 30초
아기공룡 둘리(만화 주제곡) / 1분 20초

정(정우람)님
스크리아빈 – Etude Op.8 No.12 / 2분 30초
전민재 – Impromptu a la mazur / 4분
 
도노판(차우영)님
시벨리우스 – Romance Op.24-9 / 3분 30초
드뷔시 – Ballade (Ballade slave,1890 – 1903 republished) L.70 / 7분
 
응아(최이슬)님
barry harris – Don’t blame me / 3분

부족한 손가락 힘, 그리고 부족한 집중력

요즘에는 하농 1, 2번을 이어서 4번 연주하고, 쉬었다가 다시 4번 이어서 연주하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하고 있다. 하농 노가다가 계속될 수록 양손의 싱크가 맞아 떨어지고 음이 명확하게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흘러 손가락 힘의 부족으로 피로가 몰려오면 다시 엉클어지곤 한다.

아주 쉬워보이는 하농 1번도 완벽히 박자를 맞춰 한음 한음 또박또박, 그 것도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치면 칠수록 깨닫고 있다. 하농이나 체르니를 연습할 때면, 특히나 새끼 손가락으로 연주해야 할 부분에서 손가락의 힘이 부족하여 한템포 느리거나 혹은 빠르게 연주해버릴때가 있다. 심지어 오랜 연습으로 피로를 느낄때면 머리는 움직이라고 명령하는데 손가락이 못따라주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 힘이 부족해 생기는 미스는 하농 노가다를 꾸준히 해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또 한가지 미스를 양산하는 중대 요인 중에 하나는 집중력의 부재. 다른 생각에 빠져있을 때 미스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오로지 악보와 건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생각에 빠져 미스를 낼때면 산만한 내가 밉다. 집중력하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연주하면서 악보를 읽을때 뒷마디의 악보를 미리 읽다가 현재 마디에서 틀리는 일 또한 자주 발생하는데, 어떤 순간에 어디에 시선을 두고 어디에 집중해서 연주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음주에 레슨하면 선생님께 여쭤봐야 할 듯.  

한가지 덧붙여, 요즘에는 완벽하게 치기 위한 노력의 일안으로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음을 정확히 들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주하곤 한다. 듣는 능력 역시 피아노 연주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p.s.
세상에 쉬운게 어디있겠냐만은, 연습하면 할수록 더 못하는 것 같을 때 드는 낭패감이란 …

학교가는 길 (연탄곡)

내가 좋아하는 김광민과 이루마가 함께 연주, 경쾌한 멜로디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 내가 가진 두 손도 싱크가 안맞아서 엇박자를 치곤 하는데, 두 사람의 네 손이 완벽히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낸다. 언젠가 피아노 치는 아가씨를 만나 같이 연주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야마하 피아노

오늘은 야마하 음악교실에서 연습을 하는 첫 날, 안내 데스크에서 내 책을 받아 개인 레슨실에 앉았다. 유딩, 초딩들이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좁고 낡은 동네학원에서 일부 고장나고 조율안된 피아노를 치다가, 산뜻하게 잘 정돈된 개인 레슨실에서 매일 관리되고 있는 최상의 상태의 야마하 피아노 앞에 앉으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였다. 어제는 레벨 테스트를 한다고 잠깐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몇 곡을 쳤지만 오늘은 업라이트 피아노로 1시간 동안 마음껏 연습하고 돌아왔다.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집에 있는 디피나 예전에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 있던 상태 안좋은 피아노를 칠때보다 훨씬 잘 쳐진다. 소리도 좋고, 건반 터치감도 좋아 피아노 치는 즐거움이 크다. 이대로 계속 연습하면 실력이 일취월장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언젠가 결혼해서 내 집에서 살거나 혹은 집에 들어가 살게 되면 중고로 사더라도 야먀하 피아노를 사서 연습하고 싶다. 글을 쓰는 지금도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다. 사택에 가서 야마하 디지털 피아노로나마 아쉬움을 달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