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에 하는 생각들

복직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미루고 미루어왔던, 육아휴직 중에 했던 생각들을 글로 남겨본다. 휴직 전에는 개인의 삶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휴직 중에는 그래도 하루에 3시간 정도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었고, 덕분에 자연인(a.k.a. 백수)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아이는 정말 매력적인 존재다. 그런 매력적인 존재가 커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는 것, 노력 여하에 따라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 큰 축복이다.

내 아이라서 매력적인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을 곁에서 관찰하고 경험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고유의 매력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내가 알고 지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해준 시간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늘 아이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려고 노력한다. 세상과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마다 아이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부모만큼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1시간 정도는 누구나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있지만,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일관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존재는 부모밖에 없다.

나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랠 때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부족한 공감 능력을 끌어오게 되는 것이다. 여러번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 기분을 배려하는 데 미숙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육아는 가르침을 준다.

지금까지 내 삶의 원동력은 의무감이었다.

육아휴직 덕분에 처음으로 학업이나 일을 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1년 동안 여러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은,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스스로 전개해 나갈 능력이 나에겐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충격적이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곧 마흔인데 아직까지도 자신만의 루틴이 없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1년 내내 의무감 없이도 내 삶을 100% 꽉 채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타인의 기대는 의무감을 낳는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삶 보다는, 100% 개인으로서 원하는 삶을 만족스럽게 꾸려나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의지력은 형편없다.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었던 학창시절, 몸무게가 0.1톤이 넘어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시절처럼, 절실한 상황에서는 의지력이 꽤 강한편인데, 배부르고 등 따신 요즘에는 좀처럼 의지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삶은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갈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문제는 이런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최근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으며 의지력이 부족해서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요령을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성취와 성장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이 맡겨진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취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방구석 1열 백수의 삶에선 누군가가 나에게 퀘스트를 던져주지 않는다.

그냥 좋아하는 것 하면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영화 한 편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었다.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함께 했지만, 의지력은 따라주지 않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나갈 루틴도 없어서 방황했다.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주제만이 나를 움질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투자의 세계에 빠졌다. 자유시간의 80% 이상을 투자에 투자했다. 상당한 시간을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전략을 고민하고, 투자를 실행하고, 투자 블로그(lazy-investor.tistory.com)에 글을 쓰는데 사용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투자성과는 몇 년 뒤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 단위의 돈을 투자하면서도 발 뻗고 잘 수 있을만큼 단단한 투자철학과 더 이상 손 볼 곳 없는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당장 의미있는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충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성취에 대한 목마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계좌 잔고, 블로그 에드센스 수익을 확인하는 한심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좋은 환경과 업무 기회를 제공해주는 회사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자연인으로 1년을 살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의지면에서나 능력면에서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직 후에는 더 어렵고 힘든 퀘스트에 스스로 뛰어들게 될 것 같다. 그것이 스스로 성취와 성장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모르는 내가, 성취와 성장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꽤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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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오늘 아침에 측정한 몸무게는 74.3kg으로 육아휴직 1년 동안 8kg 정도 감량했다.

육아휴직 기간에 자기계발 측면에서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앞으로 10년을 버틸 체력과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수치로는 몸무게 70.0kg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몸이 한결 가벼워져서 만족스럽다.

75~76kg 사이에서 몇 달 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아내의 늦은 퇴근으로 저녁을 오후 8시 넘어서 먹는 날들이 많아서 다이어트가 쉽지 않았지만, 1주일에 2~3번 광교산에 가서 논스톱으로 2시간 코스의 등산을 하는 등 될 때까지 계속했다. 산에 가지 않는 날은 광교호수공원을 6~7km 빠르게 걸었다.

올해 다이어트에서 얻은 교훈 하나는 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자주 중간성과를 확인하는 것은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가 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원리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76~83kg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40대가 되는 내년부터는 70~73kg 사이를 유지하려고 한다.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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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블로그

육아휴직 기간 중 부수입 창출을 위해 투자 블로그를 별도로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게으른 투자 lazy-investor.tistory.com

에드센스 수입은 아직 신통찮다. 한 달에 $10 수준. 광고가 500번 노출되면 클릭이 한 번 발생할까 말까다.

노력대비 하찮은 수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투자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매달 $10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당성장 ETF DGRW의 이번 달 주당 배당금은 $0.065. 154주를 보유해야 매달 $10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154주를 사려면 약 890만원이 필요하다. 누군가 내 블로그를 890만원에 인수하진 않겠지만, 현금흐름만 보면 89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30, 그 다음 목표는 $100, 최종 목표는 $1,000. 최종 목표까지 3~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길게 보고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될 때까지.

에드센스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로그에 투자지식, 경험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나가는 꾸준함이 나의 투자역량을 향상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Output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수반되어야 진짜 내 것이 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를 잡는다.

현금 10억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도 투자역량이 없는 사람은 평생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는 커녕 까먹을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역량은 제2의 자산으로 보아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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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육아휴직에 미친 영향

오래전부터 꿈꿨던 육아휴직의 모습 중 하나는 매일 도서관에서 가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는데, 코로나는 많은 것을 상상하던 것과 다르게 만들었다.

어린이집 입학이 늦어졌고, 도서관은 꽤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 선생님, 아내 직장 동료의 코로나 검사가 있을 때마다 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러야 했다.

복직을 2주 남긴 어제 결정적인 한방이 터졌다. 주말에 확진자와 같은 방에서 알고리즘 시험을 치룬 아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 전날까지 함께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덕분에 남은 2주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늘은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 첫 날. 아침, 점심을 해먹을 재료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김밥을 사다 먹었다. 어제 엄마를 만나지 못한 아이는 평소보다 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서, 아내는 아이와 함께 일을 해야만 했다.

12월 6일까지 우리 셋은 한 집에서 24시간을 함께 할 예정이다. 아내는 일을 하고 나는 육아, 청소, 요리를 담당해야 한다.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그렇게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사이 약 2~3시간의 자유시간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좋은점은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꽤 긴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복직일인 12월 7일부터는 셋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질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 중 기대했던 나의 자유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줄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던만큼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았기에, 지금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아이와의 깊은 애착을 형성한다는 육아휴직의 첫 번째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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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김밥 파는 CEO> 김승호 회장의 여자, 유럽, 스시 버전.

실제로 켈리 최는 김승호 회장의 책을 읽고 연락해 멘토링을 받았다.

그녀는 미국 대형마트에 입점하여 신선한 재료로 김밥 만드는 쇼를 보여주고 도시락을 파는 사업 모델을 유럽에 가져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한 사업모델을 모방한다고 누구나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은 기본이니 논외로 하고, 켈리 최의 성공 비결로 나는 세 가지를 뽑고 싶다.

  1. 어머니의 사랑
  2.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행력
  3. 책과 사람으로부터 배운 경영자적 역량

친구와 함께 한 첫 번째 사업 실패로 10억의 빚을 지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그녀를 구한 것은 어머니였다. 어린시절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기억은 그녀를 일으켰다. 어머니가 늘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는 운동부터 시작했다.

경영에 대해서 내가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다수의 리더십 관련 책, 경영자의 책을 읽어본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데, 켈리 최는 이 시대에 맞는 훌륭한 경영자의 마인드, 역량,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사람을 중시하는 그녀의 경영 철학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첫 번째 사업이 실패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그녀는 경영자로서는 낙제점이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첫 번째 사업에서 그녀는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실행력을 맹신했다. 책을 읽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두 번째 사업을 준비할 때는 달랐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요식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의지를 다지고 노하우를 배웠으며, 사업, 경영, 리더십 관련 책을 통해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기를 다졌다. 그리고 김승호 회장, 전 멕도날드 전 유럽 회장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는 등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첫 번째 사업에 실패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40세였고, 요식업으로 성공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년에 나도 40세가 된다. 백지에서 시작해야 했던 그녀의 40세 보다는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 인간이 가진 잠재력은 무한하다. 활용하지 못할 뿐. 마음껏 꿈꾸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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