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최근 나의 상태를 가만히 바라보면 인내심이 바닥난 것 같다. 화가 났다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욕구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생에서 가장 자유가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듯 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삶은 척박하다. 평일에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느낌이랄까. 평일 집의 청소, 정리 상태가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한 마디로 카오스다. 주말이라고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지만 …

둘 다 일욕심이 많은편이라 하고싶은만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어린이집 등하원으로 앞뒤가 막혀있고, 에너지 잔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드러낸다.

무언가 보람을 느낄만한 일을 하려면 시작지점에서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시작을 못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짧게 치고 빠지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전공서적을 읽는다면 거창하게 챕터 1을 읽자가 아니라, 오늘은 챕터 1.1만 읽자고 생각하면 그래도 좀 덤빌만하다.

자아확장 그리고 토니 파커

‘어떻게 하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본 책과 영화가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면서 나에게 힌트를 준다.

알렉스 룽구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에서 자아확장의 개념을 소개한다.

자기 자신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살아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때, 역설적으로 개인도 더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니 파커는 NBA에서 마이클 조던에 필적하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고, 은퇴 후에 고국인 프랑스의 남자, 여자 농구팀을 인수하여 구단주 역할을 했고,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리옹에 세웠다.

그를 움직인 것은 프랑스 농구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대의였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인터뷰 장면에서 보았던, 엷은 미소를 띈 그의 표정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긍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에게 토니 파커는 자아확장을 통해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회사를 다닐 것인가? 상사의 인정, 좋은 고과, 인센티브, 승진, 자기 만족을 추구할 것인가, 더 나은 SW 개발 문화 전파, 팀의 발전, 후배 양성 등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부터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인가? 후자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충만한 삶을 위해서.

육아휴직 중에 하는 생각들

복직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미루고 미루어왔던, 육아휴직 중에 했던 생각들을 글로 남겨본다. 휴직 전에는 개인의 삶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휴직 중에는 그래도 하루에 3시간 정도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었고, 덕분에 자연인(a.k.a. 백수)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아이는 정말 매력적인 존재다. 그런 매력적인 존재가 커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는 것, 노력 여하에 따라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 큰 축복이다.

내 아이라서 매력적인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을 곁에서 관찰하고 경험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고유의 매력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내가 알고 지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해준 시간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늘 아이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려고 노력한다. 세상과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마다 아이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부모만큼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1시간 정도는 누구나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있지만,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일관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존재는 부모밖에 없다.

나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랠 때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부족한 공감 능력을 끌어오게 되는 것이다. 여러번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 기분을 배려하는 데 미숙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육아는 가르침을 준다.

지금까지 내 삶의 원동력은 의무감이었다.

육아휴직 덕분에 처음으로 학업이나 일을 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1년 동안 여러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은,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스스로 전개해 나갈 능력이 나에겐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충격적이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곧 마흔인데 아직까지도 자신만의 루틴이 없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1년 내내 의무감 없이도 내 삶을 100% 꽉 채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타인의 기대는 의무감을 낳는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삶 보다는, 100% 개인으로서 원하는 삶을 만족스럽게 꾸려나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의지력은 형편없다.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었던 학창시절, 몸무게가 0.1톤이 넘어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시절처럼, 절실한 상황에서는 의지력이 꽤 강한편인데, 배부르고 등 따신 요즘에는 좀처럼 의지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삶은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갈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문제는 이런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최근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으며 의지력이 부족해서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요령을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성취와 성장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이 맡겨진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취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방구석 1열 백수의 삶에선 누군가가 나에게 퀘스트를 던져주지 않는다.

그냥 좋아하는 것 하면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영화 한 편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었다.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함께 했지만, 의지력은 따라주지 않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나갈 루틴도 없어서 방황했다.

의무감이 없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주제만이 나를 움질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투자의 세계에 빠졌다. 자유시간의 80% 이상을 투자에 투자했다. 상당한 시간을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전략을 고민하고, 투자를 실행하고, 투자 블로그(lazy-investor.tistory.com)에 글을 쓰는데 사용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투자성과는 몇 년 뒤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 단위의 돈을 투자하면서도 발 뻗고 잘 수 있을만큼 단단한 투자철학과 더 이상 손 볼 곳 없는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당장 의미있는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충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성취에 대한 목마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계좌 잔고, 블로그 에드센스 수익을 확인하는 한심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좋은 환경과 업무 기회를 제공해주는 회사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자연인으로 1년을 살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의지면에서나 능력면에서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직 후에는 더 어렵고 힘든 퀘스트에 스스로 뛰어들게 될 것 같다. 그것이 스스로 성취와 성장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모르는 내가, 성취와 성장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꽤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투자 블로그

육아휴직 기간 중 부수입 창출을 위해 투자 블로그를 별도로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게으른 투자 lazy-investor.tistory.com

에드센스 수입은 아직 신통찮다. 한 달에 $10 수준. 광고가 500번 노출되면 클릭이 한 번 발생할까 말까다.

노력대비 하찮은 수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투자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매달 $10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당성장 ETF DGRW의 이번 달 주당 배당금은 $0.065. 154주를 보유해야 매달 $10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154주를 사려면 약 890만원이 필요하다. 누군가 내 블로그를 890만원에 인수하진 않겠지만, 현금흐름만 보면 89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30, 그 다음 목표는 $100, 최종 목표는 $1,000. 최종 목표까지 3~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길게 보고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될 때까지.

에드센스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블로그에 투자지식, 경험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나가는 꾸준함이 나의 투자역량을 향상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Output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수반되어야 진짜 내 것이 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를 잡는다.

현금 10억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도 투자역량이 없는 사람은 평생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는 커녕 까먹을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역량은 제2의 자산으로 보아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 계정 삭제 후 한 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후 한 달이 지났다.

페이스북은 계정 삭제를 요청하면 한 달 안에는 복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제는 그 길도 막힌 것이다.

계정 삭제 후 아쉬움을 느낀적은 없다.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 하나를 줄인 것에 만족한다.

초기에는 무엇이든 좋은 것을 보고 느끼는 순간 SNS에 공유할 생각부터 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느낌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과 공간이 연속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주변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SNS는 이러한 욕망을 어느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준다. 그러나 반응이 기대에 미치치 못하면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피드가 제공되는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린다는 것이 한편으론 내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투자에 대한 나의 지나친 관심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쓰는 것으로 SNS를 대신하고 있다. 블로그는 나의 생각과 경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조금은 더 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돈해 볼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