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핑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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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가 4주 훈련을 떠난 지난 6일 새벽 5시 30분,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 내내 안타까워 다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기에는 피곤해서 손에 클릭스를 들고 카핑 베토벤을 보기 시작했다.

어찌나 영화에 몰입이 되었던지 시간가는 줄 몰라서, 결국 끝까지 다 보고, 잠깐의 잠을 청한뒤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왜 카핑 베토벤일까 제목의 뜻이 궁금했는데, 베토벤의 악보를 옮겨적는 일을 하는 작곡가 지망생이 베토벤과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괴팍스러운 베토벤과의 아슬아슬한 동업이 영화내내 긴장감을 주고, 그 둘은 합창 교향곡의 작곡, 편곡, 마침내 공연까지 함께 완성해 나간다. 특히나 귀가 들리지 않는 베토벤을 위해 지휘를 도와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뤄내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베토벤이 주인공인 또 다른 영화 “불멸의 연인”과 비교하자면 나는 “카핑 베토벤”에 한표를 던진다. 합창 교향곡의 공연 장면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영화.

성남시립교향악단 48회 정기연주회

성남시향 48회 정기연주회의 제목은 “브람스 서거 110주년 기념 음악회”로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 되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4번

원래는 혼자 가서 음악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출근 길에 용호형에게 이야기 했다가 뜻(?)이 맞아서 함께 가게 되었다.

전날 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한 상태인데다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만 살짝 졸고 말았다. 바이올린은 일본인인 쓰지오 도쿠나카씨가 연주했는데, 화려한 손놀림에 감탄했다. 낮에 있었던 피아노 레슨에서 버벅거리던 나의 가까운 과거를 상기시키며, 저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가 들였을 평생의 노력을 상상해 보았다.

애초에 나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들으러 간 것이므로, 바이올린 협주곡을 꿈결에 넘긴 것에는 아쉬움이 없었다. 드디어 인터미션을 지나 교향곡 4번의 연주가 시작되자 익숙한 선율에 감동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 바다에 파도가 치는 듯 바이올린의 선율이 격정적으로 다가오는 1악장은 교향곡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오늘 성남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4번 공연은 내가 들어왔던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공연 못지 않게 훌륭했다. 한가지 작은(?) 바램이 있다면 내년에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의 공연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