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의 평온한 일상은 안드로메다로 …

평온한 일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다양한 이벤트로 가득한 한주가 지나고 집에 돌아와 평온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월요일에서 입사하여 수요일까지는 서울 코엑스 근처의 교육장에서 경력사원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매일 아침 9시까지 코엑스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한동안 늦잠을 즐기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고 하루 종일 피곤했다. 게다가 정장차림은 나를 더욱 지치게 했으니  빨리 사택에 입주하여 연구실에 걸어서 출퇴근하게 될 날이 간절히 기다려졌다.

드디어 목요일에 연구실 첫 출근!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승호형과 같은 팀이 된 관계로 다른 동기들과 달리 내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연구실 출근 첫 날 내가 속해 있는 Core실의 워크샵이 있었기 때문. 원래 9시쯤 출발할 예정이였으나 비가 와서 스키장을 포기하고 일정은 늦춰져 오후 3시에 출발하게 되었다. 컴퓨터가 없는 신입들은 회의실에 모여 오랫동안 회사의 미래와 비전과 개인의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방이 정해진 나는 새로온 컴퓨터를 세팅하고 짐을 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지만 결국 켜보지 못하고 워크샵을 떠나게 되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활발한 승호형이 축구를 제안했고 많은 사람들이 바지, 신발 다 버려가며 진흙탕에서 축구를 즐겼다. 축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삼삼오오모여 카드게임 및 보드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신입동기인 형들과 함께 어색하게 둘러 앉아 있다가 고스톱을 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고스톱을 칠 줄 몰랐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배우자는 심산으로 열심히 배웠는데 이렇게 재밌을수가! 7시까지 고스톱을 치고 식당으로 이동하여 통돼지 바베큐에 술을 마셨다. 실원이 모두 남자다 보니 남자들만 있을 때 가능한 분위기(?) 속에서 신입사원의 소개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실장님이 익숙한 이름을 부르셨는데 숭실대 다닐때 많이 뵜던 전상훈 선배님이 계셔서 이 바닥이 좁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입사원 소개 할때 소주 3잔을 연달아 마신 것을 포함하여 한병 반정도를 마신 상태로 다시 숙소로 돌아와 고스톱을 재개!  새벽 3시넘어서야 게임을 마무리 하고 4시 30분쯤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를 떠나 찜찔방을 향했는데 도착해보니 대명비발디파크 안에 있는 사우나 및 찜질방이였다! 눈 앞에 펼쳐진 슬로프를 보며 승호형과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스키(보드)를 못타다니!”라고 이야기 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극적으로 찜질방 매표소 앞에서 스키(보드) 타고 싶은 사람은 회사에서 3만원을 지원해 줄테니 자비로 타도 된다고 해서 6명이 그렇게 스키장을 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초급 슬로프를 3번 타고 바로 중급 슬로프인 재즈로 이동했다. 보드를 잘 타시는 형이 있어서 배우면서 재밌게 탈 수 있었다. 이제는 중급 슬로프도 겁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 겨우 3시간 정도였지만 새롭게 만난 Core실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연구실로 돌아와 컴퓨터 세팅을 마치고 사택에 가서 자리를 잡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토요일인 오늘에는 청계산 산행이 있었다. 생각보다 금방 매봉에 올랐는데 내가 속한 Core실 신입 5인방이 가장 먼저 매봉에 올라 강한 체력과 단결력을 과시(?)했다. 하산한 후 식당에서 토종닭 요리에 막걸리를 마시고 대낮에 빨간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일주일 내내 하루에 6시간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관계로 집에서 완전히 뻗어버렸다.

원래의 스토리는 여기서 마무리 되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연구실에 출근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제 비팍의 재즈에 올라 핸드폰을 꺼낸 순간 반갑지 않은 문자를 확인했다. 앞으로 한달동안 연구실을 떠나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파견나가야 한다는 …

진짜 기업에서 수행되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지, 우리회사의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나는 하루라도 빨리 연구실의 평온한 일상에 적응하고 싶다. 일단 주어진 미션을 충실히 달성해야겠지!

스노우보드 배우기

오즈 엠티에 이어 2박 3일의 일정으로 휘닉스파크에 다녀왔다. 엠티에서 방은 작은데 사람이 많아서 도저히 잘 수 없는 지경이라 밤을 새우고, 다음날은 다시 하루를 뒤집어 새벽 6시에 이어나 8시에 삼성역에서 윤서누나를 만나 휘팍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물론 매우 피곤한 상태로 …

숙소에 도착해 라면을 끓여먹은 후 장비를 빌려 11시쯤 스패로우를 오르는 리프트를 탈 수 있었다. 보드는 작년에 3시간 타본 것이 전부. 과연 그때만큼 탈 수 있을까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사이드 슬리핑과 펜쥴럼으로 내려오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스패로우를 한번 내려오며 예전의 감을 회복한 후,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관계로 홀로 동영상 강좌에서 본대로 베이직 턴을 시도해보았다. 의외로 몇 번만에 양방향의 베이직 턴을 어설프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첫 날은 스패로우에서만 베이직 턴을 연습하며 보냈다. 저녁시간은 보드게임과 맥주와 “주몽”과 함께 보내고 잠들었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몸이 만신창이!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스키장으로 고고싱! 보드를 잘타는 요셉이가 가세하여 얼떨결에 시작부터 몽블랑에 올랐다. 안그래도 눈이 내리고 안개낀 날씨에 몽블랑을 오르는 리프트(콘돌) 위에서 “이게 잘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제의 어설픈 턴조차 구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파노라마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등성이의 완만한 경사에서 요셉이의 가르침을 받으며 감을 잡고 내 자세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거의 서서 타고 있었고 무게 중심이 뒤에 실려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경사를 만나 턴을 시도하고 넘어져 눈위를 질질 끌려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갔다. 그렇게 오전에는 조금은(?) 버거운 파노라마에서 연습을 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12시 30분에 모였는데, 지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에는 순일이한테 빌린 보드장갑을 잊어버리더니 이번에는 내 지갑이란 말인가? 심하게 몇 번 구르면서 주머니의 자크가 조금씩 열렸고 언젠가 어디에선가 빠져나간 것 같다. 분실물 센터에 신고하긴 했으나 찾으리라는 기대는 안드로메다로 …

스키장에 가기 직전에 마트에 들러 10만원을 뽑으려고 시도했으나 CMA 현금카드라서 그런건지 안뽑아진 것이 전화위복! 잃어버린 지갑에는 단 돈 천원이 들어 있었다. 돈은 그렇다 치고 애지중지 하던 지갑과 그 안에 들어 있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CMA 보안카드, CMA 현금카드, TTL 멤버쉽 카드, 학생증, LG카드, 신한맥스카드, 삼성카드 등을 다시 재발급 받을 생각을 하니 정신적 데미지가 느껴진다. (칠칠맞지 못한 영혼이여 빨리 꼼꼼하고 야무진 아가씨를 만나야 할텐데 …)

지갑분실건만 아니면 다 좋을 것 같은 오후, 스패로우까지 걸어가는 것이 귀찮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초급자 탑승금지라고 써있는 리프트(팔콘)를 타고 불새마루에 올랐다. 키위에서 보드를 착용하며 아래로 보이는 상당한 경사에 후회가 밀려왔다. 도저히 턴이라고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사이드 슬리핑으로 낙엽쓸면서 겨우 내려오다가 몇 번 가다 보니 힘들게 턴을 하며 내려올 수 있었다. 키위 아래로 이어지는 팽귄은 작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워낙 겁이 많아서 무게 중심을 뒤로 빼는 습관이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지만 대략 턴으로 끝까지 내려올 수 있게 되어 나름대로 흡족했다.

이번 경험으로 지금까지 총 3일동안 스노우보드를 배웠는데, 속도감도 좋고 엣지로 눈을 긁는(?) 느낌도 좋다. 다만 몇 번 심하게 넘어져서 현재의 몸상태가 엉망이라는 것과 지갑을 잊어버려 집에 오자마자 여기저기 재발급 받으러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에러! 어느정도의 기초를 닦았으니 다음주에 회사 워크샵에서 스키장을 찾게 되면 좀더 능숙하게 탈 수 있도록 연습해 보아야겠다.

마지막 방학

인생의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다. 오늘까지는 집에서 빈둥빈둥. 역시 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그런지 빈둥빈둥 노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다. 게다가 내 책상이 없다는 핑계로, TV 소리가 들린다는 핑계로 책도 읽지 않고 있으니 조금은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내일부터 졸업식까지는 살인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주말에는 오즈 엠티를 다녀올 예정이고,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연구실 식구들과 함께 휘닉스파크에 2박 3일 일정으로 보드를 타게 될 것이다. (연구실을 떠난 처지에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

게다가 오늘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연구소 입사 첫 날 회사 워크샵으로 스키장에 간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달받았다. 일체의 렌탈비와 리프트권 비용을 모두 지원해준다는 파격적인 사실과 함께! 그리고 내가 어떤팀에 들어가게 될지도 알게 되었다.

작년 2월 난생 처음 스키장에 갔고, 엉덩이 보호대 없이 보드복이 아닌 100kg 나갈때 즐겨입던 파카잠바를 입고 힘들게 보드타는 법을 배웠다. 3시간의 넘어짐 끝에 펜쥴렴을 어느정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었을 때, 주간권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와 무리하게 빨리 내려오다 그만 심하게 넘어졌는데, 잠깐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안탔다 ……

올해는 보호대와 함께 보드복도 제대로 갖춰입고, 겁은 상실하고, 턴까지 꼭 배워보고 싶다. 돈 생각하지 말고 마지막 방학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