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둘째 날

둘째 날 아침엔 원형 테이블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코세라 머신러닝 강의를 들었다. 하필 이번주에 강의 내용이 많은 편이라 휴가라고 마냥 미루고 있을 수가 없다.

아점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 근처 브런치 가게 페이퍼보이에 다녀왔다.

우리동네에는 왜 이런 가게가 없을까 아쉬워 하면서, 오픈된 주방에서 정갈히 준비된 음식을 커피와 함께 즐겼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움직일 차례. 우산을 들고 남산 둘레길을 산책했다. 모두들 바쁘게 한 주를 시작할 시간에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하며 산책을 즐기니 휴(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사람)식을 제대로 취하고 있는듯 했다.

지름길을 이용해 숙소로 복귀 후 다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었다. 중간에 졸리면 낮잠도 잤다.

그러다 배가 고파져 다시 길을 나섰다.

베트남 음식점 띤띤도 보고,

가보지 않은 거리에서 신기한 건물도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치즈어랏에 들러 배를 채우겠다는 최초의 목적을 달성했다. 예정에 없던 맥주까지 포함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자유를 원하는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읽다가

다시 배가 고파져 길을 나섰다. 나는 을밀대 평양냉면을 먹고 싶었지만 아내의 바램대로 숙소 근처 장진우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는 식당이어서 다른 일행들과 겸상을 해야했다. 조금 어색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프랑스 가정식 메뉴가 매일 바뀌는데, 바질과 새우로 만든 그라탕이 특히 맛있었다. 가게 분위기도 좋고 낯선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움직일 차례. 인터넷으로만 보았던 서울로 7017에 다녀왔다.

언젠가 다시 서울에 산다면 역시 강북에 사는게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서울로를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해방촌 신흥시장에 들렀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신발가게가 있던 시장은 이제 생명력을 완전히 잃은 듯 했다. 그래서 쓸쓸한 기분을 피할 수 없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은 시장의 활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에. 젋은 친구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몇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너무 시장이 낙후되어 있어 경리단길처럼 활성화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마지막 행선지로 찾은 곳은 남산케미스트리. 극도로 어두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맥주를 선택할 수 있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가볍게 맥주 한 잔하기에 좋은 곳이다.

1박 2일을 꽉 채운 시점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아쉽기도하고 한편으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여행 일정은 3박 4일이 딱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경리단길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첫째 날

아내와 나의 여름휴가는 점점 정적으로 변해 가는 듯 하다. 2년 전엔 제주도에 가서 차도 빌리지 않고 한동네에서 7박 8일을 보냈고, 작년엔 네스트 호텔에서 말 그대로 그냥 쉬었다. 올해는 경리단길 근처 에어비앤비 숙소를 빌려 3박 4일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다. 배고프면 먹으러 가고 졸리면 자고 몸이 찌뿌둥하면 산책하러 간다.

휴가지로 떠나는 방법은 5007번 버스. 3박 4일 일정이라 작은 캐리어를 들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남산체육관 정류장에 내려 달동네의 가파른 언덕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우리가 묵을 그랜마 스테이에 도착했다.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큰 창문 옆 원형 테이블에 앉아 턴테이블(TEAC LP-P1000)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짐을 풀고 동네를 둘러 보았다. 숙소에서 녹사평역 입구까지는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던 맛집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중 하나였던 홍콩 음식점 완차이야에서 완치이야 플래터를 먹었다. 솔직히 기대만 못했다. 다음에 온다면 새우탕면이나 마카오볶음면을 먹어보고 싶다.

숙소로 돌아오던 길에 어렸을 때 다녔던 유성유치원을 둘러 보았다. 건물의 형태만 흐릿한 기억속에 남아 있을 뿐이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

경리단길에서 숙소로 향하는 경사는 어마무시하다. 지인들에게 어렸을 때 이태원 달동네 살았는데 경사를 뛰어 내려가다 멈출 수 없어 넘어졌고 그 때 가난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우스게 소리처럼 하곤 했는데, 정말로 나는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숙소에 돌아와 코세라 머신러닝 프로그래밍 숙제를 하다가 입이 궁금해 다시 길을 나섰다. 어디 맥주 한 잔 맛있게 할 수 있는 곳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곳은 크래프트웍스 남산점.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어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였지만, 맥주도 음식도 연애하던 그때처럼 맛이 좋았다.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나란히 손을 잡고 걸었다.

중간에 숙소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걸었다. 복잡한 달동네지만 신기하게 하루만에 금방 적응이 되었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라 그런걸까.

이태원 쟈니 덤플링

이태원에는 맛집이 많아서 어디에 가면 좋을까 늘 고민이 많이 됩니다. 최근에는 만두가 먹고 싶어서 쟈니 덤플링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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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점에 갔더니 자리가 없어서 안내판을 보고 3호점을 찾아갔습니다. 넓고 쾌적하더군요. 단촐한 메뉴판을 보니 일단 가격이 부담없어서 좋았습니다.

우선 칭따오 맥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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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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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우 물만두를 주문했습니다.

반만 구워 만들었다는 군만두는 평소에 접할 수 있는 군만두와 찐만두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군만두의 고소함과 찐만두의 부드러움이 공존한달까요?! 새우 물만두에는 통통한 새우가 한마리씩 들어 있었는데 군만두 못지 않게 맛있었습니다.

약간 배가 불렀지만 호기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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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들어있지 않다는 계란부추 만두를 추가로 주문해 먹었는데, 역시 만두에는 고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쟈니 덤플링의 만두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천차이나타운 원보의 만두가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태원 모우모우

이태원 모우모우는 과일 막걸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딸기 막걸리, 유자 막걸리, 옥수수 막걸리 등등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맛보고 싶을때 들르면 좋을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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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막걸리를 시켜 먹었는데 대학생 시절 과일 소주를 마셨던 기억처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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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에는 색다른 퓨전 안주들이 많았지만 저희는 무난히 두부전, 고추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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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순대를 주문했습니다. 안주맛도 무난히 괜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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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으로 꾸민 조명이 인상적이네요. 가게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과일 막걸리와 색다른 퓨전 요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태원 부자피자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태원 부자피자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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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진역 근처에 1호점 2호점이 있는데 저희는 1호점을 찾아갔습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많은 팀이 적혀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틈틈히 자리에 있는지 체크하고 없으면 가차없이 웨이팅 리스트에서 삭제하고, 차례가 돌아와도 일행이 모두 자리에 없으면 다음 차례로 미루는 정책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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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튀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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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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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자 샐러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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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피자(콰트로 풍기) 입니다.

부자 샐러드를 처음 봤을때 빵을 무슨 맛으로 같이 먹나 싶었는데, 따뜻하고 부드럽고 샐러드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콰트로 풍기와 함께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여자친구와 저는 버섯 요리를 참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버섯요리 중에서 콰트로 풍기만큼 버섯의 풍미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요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콰트로 풍기를 맛있게 먹어서 다음에 부자피자를 찾게 된다면 다른 피자를 고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가게지만 요리사, 종업원들이 다들 열심히 일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식의 맛까지 인상적이니 손님이 늘 많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저도 지인들이 이태원 맛집을 물어온다면 제일 먼저 부자피자를 추천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