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손가락 힘, 그리고 부족한 집중력

요즘에는 하농 1, 2번을 이어서 4번 연주하고, 쉬었다가 다시 4번 이어서 연주하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하고 있다. 하농 노가다가 계속될 수록 양손의 싱크가 맞아 떨어지고 음이 명확하게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흘러 손가락 힘의 부족으로 피로가 몰려오면 다시 엉클어지곤 한다.

아주 쉬워보이는 하농 1번도 완벽히 박자를 맞춰 한음 한음 또박또박, 그 것도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치면 칠수록 깨닫고 있다. 하농이나 체르니를 연습할 때면, 특히나 새끼 손가락으로 연주해야 할 부분에서 손가락의 힘이 부족하여 한템포 느리거나 혹은 빠르게 연주해버릴때가 있다. 심지어 오랜 연습으로 피로를 느낄때면 머리는 움직이라고 명령하는데 손가락이 못따라주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 힘이 부족해 생기는 미스는 하농 노가다를 꾸준히 해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또 한가지 미스를 양산하는 중대 요인 중에 하나는 집중력의 부재. 다른 생각에 빠져있을 때 미스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오로지 악보와 건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생각에 빠져 미스를 낼때면 산만한 내가 밉다. 집중력하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연주하면서 악보를 읽을때 뒷마디의 악보를 미리 읽다가 현재 마디에서 틀리는 일 또한 자주 발생하는데, 어떤 순간에 어디에 시선을 두고 어디에 집중해서 연주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음주에 레슨하면 선생님께 여쭤봐야 할 듯.  

한가지 덧붙여, 요즘에는 완벽하게 치기 위한 노력의 일안으로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음을 정확히 들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주하곤 한다. 듣는 능력 역시 피아노 연주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p.s.
세상에 쉬운게 어디있겠냐만은, 연습하면 할수록 더 못하는 것 같을 때 드는 낭패감이란 …

오늘 학원 선생님 앞에서 클레멘티 소나티네 Op.36 No.1 제 1악장을 연주하는데 뭔가 마음이 진정이 안되면서 무수한 미스를 남발했다. 결국 레슨을 잠깐 뒤로 미루고 15분 가량 연습을 더 하게 되었다.

연습을 반복해도 전처럼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기존에 연주했던 곡들은 왼손 반주에 패턴이 있어 외워서 연주하기 쉬었는데 이제는 왼손 악보의 음표까지 자유롭게 오선지를 뛰어노니 동시에 자연스럽게 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은 적어도 한쪽 악보는 외워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외워서 치는 것이 안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능하면 악보만을 보고 연주하고 싶었으나 그 것은 단지 바램일 뿐.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운전할 때 시야가 좁은 것 처럼 아직은 악보를 읽고 손을 움직이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일까?

체르니 30번의 몇 마디를 더 배우긴 했지만 드디어 첫번째 벽에 부딛힌 것 같다. 국민학교 시절 피아노를 그만두게 했던 바로 그 벽! 무수한 연습으로 큰 도약을 이루어야만이 이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음표를 읽고 해당 건반에 손이가는 과정이 본능적으로 이루어질때까지! 아직도 오선지와 거리가 있는 음표들을 보면 읽기조차 더듬거리고 있으니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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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이나 되는 책(하농, 소나티네, 체르니 30번, 재즈 피아노 명곡집)을 매일 사택-회사-학원 사이에서 들고 다니려니 은근히 학원가는 것이 부담되어, 학원에 책을 맡기고 동일한 책을 사서 집에 두고 연습할 요량으로 저녁 식사 후에 교보문고를 찾았다. 체르니 30번과 소나티네 책을 한참 뒤지던 중 때마침 이사오 사사키의 Sky Walker가 흘러나와 이사오 사사키의 연주곡집을 들춰보았다. 맨 뒤에 수록된 입문자용 Sky Walker 악보를 보고 연습해볼만하다는 생각에 책을 구입하고 싶었으나 후일을 기약하며 일단은 참았다. 15000원에 삼호뮤직의 하농, 소나티네, 체르니 30번 책을 구매하고 교보문고를 나서 회사로 돌아오며 각오를 다졌다. 반드시 노력하여 이 벽을 넘으리라. 오늘 밤에도 연습 또 연습뿐.

정식으로 시작

주말에 연습한 “예스터데이”를 연주한 후에, 선생님께서 한달 조금 안됬는데 잘 하는 편이라고 하시며 클래식 과정으로 제대로 배워보자는 제의를 하셨다. 내심 이렇게 계속 배우면 어려운 곡을 연주할 수 없을꺼라고 걱정하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내일부터는 “체르니 30번”, “소나티네”, “하농” 교본을 가지고 정식으로 시작한다! 어렸을 때, “체르니 30번”에 들어가자 마자 그만두었는데, 약 한달만에 약 15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예전의 실력을 되찾은 것이다! 그 실력이라는게 초라하긴 하지만. ^^;

분명 지루하고 어려운 시간들이 지속되겠지만 중간 중간 재밌는 곡들을 연주하고 즐기며 조금씩 나아가야겠다.

언젠가 베토벤이나 쇼팽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어린이 바이엘, 체르니, 하농의 추억

사용자 삽입 이미지피아노 학원에서 클래식 과정(바이엘, 체르니)이 아닌 재즈 피아노(반주법)을 배우고 있는데, 내가 연습하는 곡들이 바이엘이나 체르니로 치면 어느정도 수준일까 늘 궁금했다. (나는 대략 어린이 바이엘 하권 수준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체르니 100번을 넘어 30번 문턱에서 좌절했었고, 체르니 100번과 30번 자체의 난이도도 전혀 감이 안잡혀,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주말에 교보문고 분당점을 찾았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렇게 피아노를 관두고 싶었을까?

서점을 뒤져 체르니 100번과 30번 그리고 40번을 들여다 보았는데, 생각보다 쉽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들이 적어도 체르니 100번 수준은 되는 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꾸준히 하면 30, 40번 수준의 연주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항상 문제는 악보를 읽는 능력인 것 같다. 

그리고 “단단단다 단단단다”, 늘 레슨 시작하기 전에 지겹게 노가다를 떴던 하농도 궁금해서 하농책을 펼쳤다. 예상대로 빽빽하게 들어선 음표들이 오선지를 농단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했던 것 보단 좀 어려워보였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처음에 야매로 배운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운전석에 앉히더니 술냄세를 풍기면서 선생님 왈.

“운전해. 출발.”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선생님 왈.

“운전 안해봤어?”

피아노는 예전에 배우긴 했지만 10여년 만에 찾은 피아노 학원에서의 첫 레슨도 야매 운전 면허 연습과 비슷했던 것 같다. 바로 악보보고 연주를 시키셨으니. 결론적으로는 감을 되찾아 어설프게 연주가 진행되긴 하지만 체르니 100번과 같은 책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선생님을 믿고 꾸준히 연습해야겠다.  기초가 부족해서 한계에 부딛히면  그때 클래식 과정으로의 전향을 고려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