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정말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근황을 끄적여 본다.

아내의 6주 재택교육이 끝났다. 마지막 3주 주말에는 아내가 과제 및 인터뷰 준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육아를 전담했다. 공연장, 키즈카페, 공원, 팥빙수 가게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아내가 아이를 맡아 주어서, 몇 년 만에(?) 주말다운 주말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책 <슈독>을 끝까지 다 읽고, 영화도 두 편이나 봤다. 저녁식사는 서브웨이 클럽 샌드위치 15cm와 펀더멘탈브루잉 조이 라거 500ml로 혼자 해결했다.

<슈독>은 굳이 펼쳐 보지 않아도, 책장에 꽂혀 있는 존재감만으로도 가끔은 아직 준비되지 않아도 세상에 과감히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줄 것 같다. 나이키를 창업한 괴짜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CKA 시험을 등록했다가 취소했다. 뭄샤드형의 Udemy CKA 강의를 20%도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18일 뒤로 신청했었는데,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하기로 했다. 잠깐 쉬어 가고 있지만, CKA 시험 준비는 즐겁다. 현업에 필요한 지식을 실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행복감을 준다. 알면 즐겁고 모르면 괴롭다.

올해 들어 팀에 퇴사자가 많다. 마곡으로 오피스 이전 가능성이 적어도 이직을 생각해보게 하는 트리거는 되었을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오늘 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위에선 ‘나만 믿고 따라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좋은 일이 있을거야’ 컨셉으로 리텐션을 유도하고 있으니 갭이 너무 크다. 대기업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내가 추구하는 것과 회사가 기대하는 것이 잘 맞아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수학적 용기

대학원 시절의 나에게 “수학적 용기”가 있었다면, 삶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나자빠지는 노력만 하는 사람이 나였으니까. 담담하게 꿋꿋하게 하지 못하고 금방 포기했으니까.

과학자나 엔지니어로는 탑티어에 이를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의 기술적 역량 위에 인문학적 역량과 인간적인 매력을 잘 버무려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수학적 용기”를 가지고 해보려고 한다.

회사 맥북

최근에 회사에서 16인치 맥북프로를 받았다. 그 전에 쓰던 제품은 2017년형 15인치 맥북프로.

16인치의 무게는 2.1kg으로 너무 무겁지 않을까 했는데, 금방 적응해서 지금은 장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차로 통근하고 백팩에 넣어다니다보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첫인상은 이랬다.

  • 사운드가 웅장하다.
  • 키감이 환상적이다.
  • HDMI 포트가 있어서 회의실 갈 때 젠더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 배터리가 정말 오래 간다.
  • GoLand를 띄워보면 체감속도는 인텔 맥 대비 2배 이상이다.

화면은 시원시원하고 속도는 빠릿빠릿해서 모든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애플 맥을 위한 개발환경은 많이 좋아져서 특별한 설정 없이 금방 끝나긴 했는데, 최근에 들여다보고 있는 APISIX의 경우에는 M1에서 실행이 되지 않았다. APISIX의 기반이 되는 OpenResty의 다음 릴리즈에서 해결이 된다고 하니 몇 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진 인텔맥을 같이 사용해야겠다.

개인 컴퓨터로는 2017년형 13인치 맥북프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 배터리가 부풀어서 트랙패드 클릭이 안된다. 4K 모니터 붙여 유튜브 영상을 틀면 비행기가 이륙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족함이 없어서, 고장나지 않는 한 배터리만 교체해서 계속 쓸 생각이다.

아내의 개인 컴퓨터는 연애할 때 선물했던 2012년형 맥북에어 기본형인데 화면 가운데 줄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잘 쓰고 있다. 아마 내가 총각이었다면 M1이 출시되었을 때 바로 갈아탔을 것이다.

가을

광교호수공원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도서관에 왔다. 피서객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주말 오전의 도서관은 한산해서 좋다.

한 턴의 공부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이어진 공원으로 나가본다. 폰카로 대충 찍어도 작품이 될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더 할 나위 없구나!’ 입 속에서 이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주말 오전엔 내가, 오후엔 아내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패턴을 시작했다.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면서 늘 시간이 부족했는데, 앞으론 좋아질 일만 남았다.

육아휴직 1년이 내게 준 선물 중에 하나는, 일 보다 재밌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공부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