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022년엔 도전했고 실패했다.

지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닌데, 중간에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출근 길에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노래를 듣다가 위로 받는 느낌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아이도 안다. 내가 도전했고, 실패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또 도전할 것이라는 것을.

2022년엔 “니 마음 대로 해라” 류의 책을 많이 읽었다.

  •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익숙한 것과의 결별
  • 마음이 흐르는대로
  • 마음 가는 대로 해라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마음 가는 대로 살기로 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걸로. 기왕이면 그걸 잘 하는 걸로.

조직 책임자가 될 기회를 날려버림으로써 그 의지를 세상에 알렸다.

2022년은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마흔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해로.

나의 하루

5시 30분: 기상

6시: 차 시동 걸고 출발

6시 45분: 사무실 도착

16시 45분: 퇴근

18시: 어린이집 도착

18시 45분: 귀가 후 아이와 둘이서 저녁식사

20시 30분: 아내의 귀가

23시: 육아 퇴근

노트북 백팩

휴가 5개 남겨 받은 돈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매일 쓰는 물건을 좋은 걸로 바꾸자는 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 반누이스 슬림 노트북 백팩 남자 가방 VD869
  • 파나소닉 전기 면도기 ES-LS9AX

기존 노트북 백팩과 전기 면도기는 10년 넘게 썼다. 노트북 백팩은 맥북 프로 16인치를 소화하기 버거웠고, 전기 면도기는 배터리가 맛이 가서 면도 한 번 끝내기가 아슬아슬하게 되었다.

가방은 받아서 며칠 째 쓰고 있는데, 디자인과 만듦새 모두 너무 만족스럽다. 괜히 가방 들고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고 싶은 맘이 들 정도로.

출퇴근 할 때도 매일 들고 다닐 생각이다. 일과 공부의 컨텍스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 공부할 때도 회사 맥북 프로 16인치를 활용하기 위해서.

털 빠지는 패딩을 입고 다니면서, 좋은 가방 메고 다니면서 요즘 하는 생각. 사치품이 아닌 경우에는, 제품의 가격과 가치는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좋은 걸 사서 오래 쓰자.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아이는 자기 전에 내 책상에 앉아서 연습장에 이것저것 쓰곤 한다.

연습장에 적힌 내용을 보면서 잘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회사놀이 할 때 내 역할은 콩책임이고, 풍선팡은 내가 풍선을 던져주면 아이가 쇼파에서 점프하면서 풍선을 치는 놀이를 뜻한다.

“콩책임,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엄마 아빠 사랑이”

“풍선팡에 대한 생각. 풍선을 끝까지 보기. 아무리 어려워도 최선 다하기. 못해도 울지 않기.”

우리 가족 모두 마음 가는 대로,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팀장의 탄생

연말 조직개편에서 여러명의 팀장이 탄생했다. 그 중에 나는 없었다.

올해 말에 팀장 제의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답변을 준비했다.

키워드는 “피자 두 판”.

리딩을 하더라도 피자 두 판으로 다 먹을 수 있는 규모까지만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6~7명 정도가 될텐데, 그 정도가 코드 레벨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했다.

2019년 파트 규모가 13명이 되었을 때 나는 매니저 역할에만 충실해야 했다.

2007년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 내 커리어에 나는 없었다.

나의 주요 목표는 주어진 역할, 주어진 미션에 충실함으로써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기간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얻은 것들이 적지 않지만, 경력 15년 차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승부를 보자고 결심한 다음에 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15년 전에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라는 책을 읽었더라면 나의 커리어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최근엔 후배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며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1년 단위로 지금 다는 회사와 계약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계약 조건이 안맞으면 조건이 더 좋은곳으로 가자. 대신 계약을 맺었다면 최선을 다하자. 개인회사의 브랜딩과 성장을 위해서.”

팀장이 아닌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내년에는 흥미진진한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덕업일치”의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그와 동시에 매력적인 개인회사가 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생각이다.

리트코드 프리미엄 구독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 영어도 꾸준히 공부할 방법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